부모님이 계속 대화를 되묻고 TV 소리를 크게 듣는 모습이 지속되어 청력검사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검사와 상담에서 양쪽 보청기 착용이 적절하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양쪽 구입에 300만 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가족은 망설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 가격을 살피면서 부모님의 청력 상태와 관리 시기도 함께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여기서 300만 원은 실제 고객의 견적이나 전국 평균가격이 아닌, 양쪽 보청기 구입을 가정한 금액입니다. 실제 가격은 제품과 포함 서비스, 지원금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구입비를 알아보며 “조금 더 있다가 해드려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청력 관리를 시작할 시기를 결정할 때는 부모님이 평소 대화에서 겪는 불편과 인지 건강도 함께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치매 관리에는 매년 얼마가 필요할까
보건복지부가 2025년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지역사회 거주자 1,733만 9천 원, 시설·병원 거주자 3,138만 2천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월로 환산하면 각각 약 144만 원과 262만 원입니다.
이는 의료와 돌봄 등을 포함한 관리비용 통계이며, 가족이 직접 지불하는 병원비나 요양원 청구액과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치매가 시작된 이후 치료와 돌봄에 지속적으로 상당한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앞서 가정한 양쪽 보청기 구입비 300만 원은 초기 구매 지출이고, 치매 관리비는 매년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보청기에도 유지·관리와 향후 교체 비용이 들며, 두 금액의 차이를 보청기 착용에 따른 절감액으로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부모님의 건강을 위한 지출을 고민할 때 당장의 구매 가격과 함께 장기적인 돌봄 부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력 중재와 인지 건강, 연구가 보여준 범위
국제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ACHIEVE 연구는 난청이 있는 70~84세 성인 977명을 대상으로 3년간 청력 중재의 효과를 평가했습니다. 전체 참여자를 함께 분석했을 때는 청력 중재를 받은 집단과 건강교육을 받은 집단 사이에 인지기능 저하의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만 인지 저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기존 연구 참여자 집단에서는 청력 중재를 받은 사람들의 인지기능 저하 폭이 대조군보다 약 48% 작았습니다. 이 연구가 비교한 것은 3년 동안의 인지기능 변화입니다. 48%를 치매 예방률로 읽거나 모든 보청기 사용자에게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일부 고위험 노인에게 적절한 청력 중재가 인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로 이해해야 합니다.
연구에서 말하는 청력 중재에는 보청기와 청각 재활 상담 등이 함께 포함됐습니다. 따라서 이 결과를 보청기 제품만의 효과로 바꾸어 말할 수는 없습니다. 보청기 착용의 직접적인 목적은 필요한 사람의 듣기를 보완하고 의사소통을 돕는 데 있습니다. 또한, 경도~중등도 난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코크란 문헌고찰에서도 보청기 사용이 듣는 능력과 청력 관련 삶의 질을 개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가격과 함께 청력 관리를 시작할 시기도 살펴야 합니다
부모님이 대화를 되묻는 일이 잦아졌다면, 어떤 상황에서 특히 어려워하시는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TV가 켜진 거실에서 이야기할 때와 조용한 곳에서 마주 보고 이야기할 때의 반응이 다를 수 있습니다. 대화할 때는 부모님을 마주 보고, 주변 소음을 줄이고, 목소리를 지나치게 높이기보다 또렷하게 말해 보세요. 이렇게 살핀 내용을 검사와 상담 때 전하면 부모님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양쪽 난청이 있고 검사와 상담을 통해 양쪽 착용이 적절하다고 판단됐다면, 그다음에는 부모님에게 맞는 제품과 사용 방법을 살펴야 합니다. 양쪽 착용은 말소리를 이해하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청력검사 결과가 비슷해도 말소리를 알아듣는 정도와 편안하게 느끼는 소리, 평소 대화하는 환경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집에서 한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괜찮은데 여러 사람이 함께 말하면 대화를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어느 상황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는지 듣고, 그 내용을 검사 결과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제품 선택의 출발점입니다.
제품을 고를 때에도 단순히 소리가 크게 들리는지만 볼 수는 없습니다. 대화를 알아듣기 편한지, 주변 소리가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오래 착용해도 불편하지 않은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구입한 뒤에는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게 들리거나 주변 소음이 부담스러운 순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상황에서 불편했는지 상담 때 구체적으로 전하고, 필요한 조절과 착용 적응 상담을 이어 가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이 비용을 살필 때에는 조절 상담과 지속적인 점검이 어디까지 포함되는지, 보증과 수리는 어떤 조건인지도 확인해 보셨으면 합니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치매를 몇 년 늦추거나 얼마를 절약할 수 있다고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그런 기대를 근거로 구입을 결정하기보다, 부모님이 지금 얼마나 듣기 어려워하는지와 어떤 도움이 적절한지를 먼저 살펴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격 때문에 필요한 청력 관리를 계속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양쪽 보청기 300만 원이라는 가정은 가족에게 적지 않은 지출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 가격은 제품과 포함 서비스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 부담을 충분히 따져 보되, 부모님이 지금 가족과 나누는 대화와 청력 관리를 시작할 시기까지 함께 놓고 결정했으면 합니다.